카테고리 없음

전재산을 다썻습니다.

붇옹산님 2021. 8. 2. 12:51

30대 초반의 청년 입니다.

그동안 안고 있던 모든 빚을 청산하고, 겨우 손에 2천만원 가량의 전재산이 남아있었습니다.

내년 초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여서 예식비용으로 1천만원 가량 놔두고

나머지 1천만원 으로 자그만한 금속 제작공장 창업을 준비중에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소규모의 납품업체에서 영업과 납품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던중 오늘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아버지 앞으로 법원에서 지급명령서가 송달이 되었고 제가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부모님 모두 외근으로 나가있던 상태라 저는 내용을 확인하게 되었고

거래처 에서 미지급된 납품대금에 대해 지급명령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부 적인 일은 제가 관여를 하지 않아서 전혀 몰랐던 사실이지만

해당 업체 사장님은 저와도 꽤 안면이 있고 아버지와는 오래된 친분의 사장님이셨습니다.

 

민사소송이나 지급명령,통장압류,재산명시신청 등등은 저희 거래처에서 장기간 미수금이 발생할시

제가 도 맡아 소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아버지께서 채무자가 되어 민사건에 엮인 상황이 당황스러웠고, 내심 부끄러웠습니다.

지급명령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두 분께 숨겼고 명령서를 받은 즉시 거래처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주선하고 합의서를 작성 후

채무액 전부를 제가 부모님 몰래 변환 하였습니다.

 

남에게 못받은 돈이 있어서 저희가 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되려 저희가 남에게 돈을 못주고 있어서

소송을 당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난처하고 부끄러운 일일까요?

돈을 지급받지 못하는 고통은 누구보다 잘알기에 한순간에 바로 현금으로 드렸습니다.

 

행여나 부모님께서 명령서를 받게 되시면 충격을 받고 당황하실것 같은게 눈에 훤해서

차마 말씀 드리지 못하고 제 선에서 오늘 송달을 받자마자 당일날 바로 분쟁을 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제가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결혼전에 한푼이라도 더 성실히 벌고자 첫 도약을 시작하는

공장 창업 자금이었습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돈이 었고 매일 비엔나 소시지도 겨우 먹으며

정말 한푼한푼 아껴서 겨우 번 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나이가 먹도록 부모님께 제대로된 효도한번 못해드린 저로써는

사랑하는 나의 여자와 훗날 그려볼 미래에 대한 행복함 보다도

늙은 노부모님이 우선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통장 잔고를 확인하니 결혼 예식비용을 제외한

130만원이 남아있네요. 이마저도 지급명령을 신청한 해당 사장님이 다른 미지급액도 290만원 가량이 남아있어서

이번달 월급이 들어오면 모두 송금을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저 돈을 주고 나면 잔고는 0원이 됩니다.

하지만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요. 이번주 부터 토,일에는 야간 물류 상하차 알바를 매주 할 생각입니다.

일당이 꽤 쎄더라구요.

부모님의 빚을 갚고 나니 마음은 후련했지만 앞으로 그려봤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잠시 뒤로 미뤄둬야 할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힘든건 사실입니다.

마음은 개운하지만 정신이 흔들리네요. 그래도 어떤 고난이 와도 그 고난의 벽 들을 모두

깨부숴버릴 것입니다.

 

여태껏 입었던 부모에 대한 은혜에 티끌만큼이라도 보답을 할수 있던 계기가 된것이라

스스로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공장 창업은 후로 미루고, 결혼의 준비 또한 겁이 나도 약혼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힘들지만

이럴때 일수록 필요한게 냉철함 이라 생각을 하여

낙천적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오늘 부로 어금니에 금 을 더 찐하게 새길것입니다.

모든 회원님들 ,어떠한 가시밭길이 내 앞을 가로 막아서 발이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을 모두 뚫어 버립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이 글은 아프니까사장이다 "john freeman"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