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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부부 소주 배달 갑질 그 후....

붇옹산님 2021. 8. 14. 13:52

댓글은 간간히 달았는데, 글 올리는 건 오랫만이네요. ㅎㅎ

배달하다가 혼자 살짝 미끄러졌는데, 이제 나이가 좀 먹어서인지 잘못 넘어져서 쇄골이 세동강이 나고 갈비가 2대 나가서 병원 신세 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 말일부터 병원 들어와서 수술하고 회복중이에요. 이제 좀 우선해져서 혹여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해서 글 올립니다.

KBS에서 취재해 간 후,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연락이 오고 JTBC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궁금한 이야기는 적극적이지 않은 듯 한번 연락 후 다시 오지 않았구요, JTBC는 제가 팩트만 확인하고 변호사라는 고객 전번이나 주소나 따갈려고 하는 거면 굳이 더 안해도 되고 심층적으로 배달관련해서 전체적인 틀을 잡고 업주입장의 어려움을 방송해 주실려면 오시라고 했더니 안오셨네요. ㅎㅎ 연락오는 사람 모두 그저 저한테 전번 달라는 이야기밖에 안해서... 아무튼 그래서 그걸 마지막으로 좀 지나서 사고나서 병원 들어와 버렸네요.

그 고객에게는 연락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지금 리뷰에도 들어가보니 리뷰도 그대로이고, 제 리뷰 바로 뒤에 달았던 (제가 아는 지역 탑 쭈꾸미매장) 리뷰도 머리카락 나왔다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내용으로 또 막말을 해서 제가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댓글을 사이다로 달아드리셨는데, 그 뒤로 본인 단골 호프집에서 카레랑 김치볶음밥은 또 자주 시켜드신듯 합니다. 과연 제 정신인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사람은 고쳐서 쓰는게 아니라고 했는데, 그래도 그때 확 다 까버리고 벌금 낼 거 그랬나 잠시 후회도 해봅니다.

언론에 이슈화되고 나서 일주일동안 매출이 많이 늘었습니다. 마치 노이즈마케팅 한거 마냥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으로 찾아주셔서 바빴구요. 25%정도 매출이 늘어서 직원들이 그 주간은 휴일없이 고생 많았지요. 티비 보고 오셨다고 멀리서 오신 손님 커플 중 여자분께서 저희 뼈해장국이 냄새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으신다 하여 바꿔드렸는데, 역시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하고 참 죄송했더랬습니다. 아무튼 많이 분들이 찾아주시고 요청사항으로 리뷰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한 한주였네요. 형님이 배달 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사장님, 운전하셔?" 라고 물으시고 그렇다고 하니 "응. 나 매번 혼자가서 뼈해장국이랑 소주 한병 하고 오는 L아파트 사는 사람인데, 쌍둥이시라 형님이신지 동생이신지 모르겠네. 아무튼 힘내시라고. 내가 항상 맛있게 먹고 감사하고 있으니까 힘내셔요."라고... 형님은 누군지 모르셔서 제가 통화 자동녹음된 거 들어보니 누구신지 바로 알겠더라구요. 눈물이 앞을... ㅎㅎ 이런 단골분들이 계시니 더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후에 원래 매출로 돌아가긴 했지만, 하여간 너무 감사한 한주를 보냈습니다.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잘해서 매출이 오른 것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기 뭐해서, 복지관 후배에게 전화해 한 200인분정도 음식 후원 필요한 일 없냐고 물어보고 후배가 후원부서 연결해 줘서, 설연휴 독거노인 식사세트 200인분 후원자를 찾고 있었는데 연결이 안되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는 이야기 듣고 후원하기로 하고 연휴 전에 보내드렸어요. 저를 위해서 마음 써주시고 같이 공분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 담아서 후원했구요. 한분 한분 이름 나오지는 않지만, 아싸 사장님들 중에도 함께 공감해주신 분들의 마음을 담아 후원했습니다. ^^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리뷰이벤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장애인복지관이랑 협력해서 하는 비영리카페의 영업실적이 코로나덕에 아직은 미미해서 초유의 "유료"리뷰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ㅎㅎ 제가 대충 글로 써서 했었는데 며칠전 카페 모 사장님께서 무료로 배너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히 받아서 눈에 띄게 다시 올렸어요. 계좌이체로 받아서 카페에 전달하고 캔시머로 실링해서 보내드리는데, 뭐 주문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라서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하루에 몇건씩 더 생기니 장애인바리스타 실습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 같더라구요. ^^ 12월 리뷰가 93개였는데, 1월은 136개나 달렸으니 제 기대보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지요.

저는 돈만 버는 가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고 지금 떼돈을 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벌어서 함께 나누면서 살고 싶습니다. 예전에 어렸을 때는 직업을 너무 칼같이 구분했던 거 같아요. 내가 대학에서 이 전공을 하게 되면 누가봐도 전공이랑 맞는 일을 한다고 생각할 만한 일을 하는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좀 살아보니 모든 직업이 한면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사회복지 전공하고 국제구호활동이 꿈이었던 저이지만, 가게 하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봉사하고 선한 일에 동참해가다 보면 제가 원하는 길도 언젠가는 보일 걸로 생각합니다.

이번 일 겪으면서 새삼 따스함을 느끼게 되어 감사했고, 또 몇년 힘든 자영업을 헤쳐나갈 힘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 글은 아프니까사장이다 "용인훈민정음"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