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몇가지 사항을 먼저 밝혀둡니다.
첫째, 저는 가진 거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형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가진 돈 없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본인의 경제적인 실패라는 부담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니 실제로 수중의 거금을 투자해서 자영업을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약간은 괴리감이 있을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제 돈 안들어갔다 해도 제 가게(가져보지는 못했지만 ㅋㅋ)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고 몸바쳐 일했습니다. ^^;;
둘째로, 이 글은 소위 요식업으로 대박을 내고자 하시는 분들에겐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는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그리고 요식업이 이제는 불경기와 편협한 정부정책들로 경쟁력이 없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열심히 하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사장님들에게 열에 한분이라 할지라도 조그만 희망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적어보는 글입니다.
셋째로,, 자랑하기 위해 올리는 글 아닙니다. 사실을 전하기 위해 쉽지 않았지만 실제 도움을 드리고자 매출을 공개하는 거구요. 발전을 위한 토론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예의 있게 댓글 주시면 긍정적인 의견이든 부정적인 의견이든 답을 드릴 것이구요, 장사에 정답은 없기에 서로에게 내가 정답을 알고 있는 양 단정적인 어조로 말씀해 주시는 것은 제 글에선 삼가주시면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토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가게(2016년 1월 시작)
형님에게 부탁받고 서울 강동의 45평 가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형님은 이 가게를 1억 조금 넘는 금액으로 인수 받으셨구요. 구청 먹자 초입에 있는 가게입니다. 상권 내에서는 꽤 유명한 가게인데 전 사장님의 관리소홀로 매출이 월2200정도까지 떨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주6일 오픈, 일요일은 휴무로 돌리는데 평일 90-100 토요일 40-50 매출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점 파악(시작 전에 파악한 내용은 메뉴문제 한가지이고 나머지는 하면서 깨닫고 고쳐나간 거라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 관리소홀: 전사장님이 상권자체가 구청 앞 먹자이니 오피스상권이라 생각하시고 점심만 하시고 퇴근, 직원 둘이 저녁에 장사하니 9시 전에 청소를 시작하고 고객들 불편하게 하니 저녁매출이 거의 바닥을 찍었습니다. 11시 50분부터 12시 20분까지 30분 동안 최소 60~80만원을 팔고 저녁 포함 나머지 시간에 10~20만원 파는 격입니다.
2. 메뉴문제: 순대국과 순대곱창볶음은 유명했지만 그 이외의 메뉴들은 뭐 거의 선택받지 못하고 있었고, 특히나 저녁에 회식이나 안주로 내놓을 만한 메인요리가 없었기에 저녁 술손님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3. 지역상권소홀: 점심에 구청직원들과 농협, 그리고 GS사옥 등을 중심으로 지역의 다른 가게들 평균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에 거의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구청앞 먹자이긴 하지만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촌 등이 주변에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변화를 위한 몸부림(몸부림이라 표현한 건... 그만큼 미친 듯이 매달려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충 해서 적당히 맛만 괜찮으면 되는 그런 요식업 황금시대는 갔다고 생각합니다)
1. 메뉴
가. 그 동안 반조리 해장국을 사용했었는데 과감히 매일 감자탕을 직접 삶는 방식으로 바꾸고 뼈해장국 판매와 저녁시간 감자탕 메뉴를 주력메뉴로 내세웠습니다. -> 뼈해장국 판매량이 하루 2-3개에서 10-15개로 늘고 저녁 술손님이 조금 늘었습니다.
나. 감자탕과 뼈찜, 찰순대를 혼합한 세트메뉴와 보쌈메뉴를 넣고 간단한 회식용으로 생각해 저녁 매출 보강을 꾀했습니다. -> 탕찜세트는 반응이 괜찮아 도움이 되었지만 보쌈은 실패하고 5개월 만에 메뉴에서 삭제했습니다. 보쌈은 이전에 볼품없는 보쌈정식이 있었다는데 가격이 저렴해서 나갔지 실제로 매출과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회식메뉴 쪽으로 돌려보았는데 주변에 고깃집이랑 횟집이 워낙 많다 보니 그쪽으로 회식은 몰리고 간단히 식사겸 한잔 손님들이 주로 탕찜세트를 많이 찾더라구요. 김영란법 통과 이후 잠시 반짝 성수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비싼 회식 못하고 저희 가게로...
2. 사장이 바뀐걸 알게 함: 6개월 동안 12시간 제가 주방에 상주하면서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주방일을 안잡고 있는 시간은 대체적으로 홀쪽과 정문 밖을 살피면서 주차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바로 뛰어나가 주차 안내해드리고 때로는 발렛도 해드리면서 고객을 모시고 들어왔습니다. 고객이 들어오셔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전 사장님의 소홀한 가게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고, 사장이 바뀌게 된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암암리에 대놓고 사장이 바뀐 걸 알렸습니다. -> 맛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전 사장님의 소홀한 고객관리로 떠났던 고객들을 많이 다시 유치하게 되었고, 이건 저녁과 주말매출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3. 고객과의 소통: 물론 예외도 있으니 무조건 다가가진 않지만, 저녁 손님들의 경우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 짧은 대화를 통해 성향을 파악해 소통을 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역 주민들 같은 경우는 대체적으로 관심 갖고 소통하려고 하는 부분을 많이 긍정적으로 받아주시고 단골이 되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 이 부분 역시 저녁과 주말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보여집니다.
4. 친절함과 서비스마인드: 제가 뭐 대단히 친절하거나 그렇지는 못합니다. 생긴 것도 대학교때 교수님이 머리를 짧게 깍으면 깍두기라고 놀렸으니 친근함과는 거리가 좀 멀구요. 하지만 손님을 응대할 때 만큼은 최대한 손님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듣고 최소한 듣는 척이라도 합니다. 특히나 어르신들의 경우 좀 까다롭게 요구사항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으신데 들어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들어드리고 힘든 건 힘들다 잘 말씀을 드렸습니다.
5. 퍼주는 장사는 망하지 않는다: 저는 손이 좀 큽니다. 음식을 줄 때도 그렇고 서비스 품목을 드릴 때도 그렇구요. 물론 국밥같은 경우 마진도 적고 그램으로 정량화 되어 있는 건 그대로 준비해 놓지만 마진이 좀 높은 요리메뉴의 경우 큰손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답니다. 거기에 더불어 요리 시키고 술이라도 주문하시면 요리 끓어오를 때까지 안주하시라고 제일 저렴하고 편리하게 드릴 수 있는 찰순대 반사이즈정도는 서비스로 드리구요. 서울 가게 운영할 때 계산해보니 매출의 1프로 정도를 서비스로 풀은 거 같아요. 원가 기준으로요. -> 크진 않지만 단골 손님 확보에 꽤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6. 배달시작: 2016년 9월쯤 홀 매출의 한계를 느끼고 새롭게 뜨고 있었던 배달의민족을 통해 배달을 시작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서 11월에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시작 전에 강남에서 배달전문매장(한 매장 10여개 브랜드) 꽤 큰 매출을 이루고 계신 배달 10년차 선배님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어 시작했습니다. -> 기대치 않았던 매출의 급상승으로 추가적인 매출 증가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7. 일요일 영업: 벚꽃대선으로 매출이 곤두박질 친 17년 5월에 충격을 먹고 일요일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볼링동호회에 있던 제가 일요일에 가끔 동호회원들 뒷풀이를 제공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지나던 분들이 들어오실 때가 있어서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말았으나 인건비 하나라도 더 벌어보자는 심정으로 혼자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 각종 운동 동호회(야구/축구/볼링 등)의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주변에 새벽 운동 후 아침에 먹을 만한 가게가 콩나물국밥밖에 없었는데 맛있는 곳이 생겼다면서 많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또한 주말에 배달 매출이 의외로 많아 평일의 두 배 수준이 되다보니, 제가 가게를 넘길 무렵은 일요일 매출이 일주일 중에 제일 높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혼자 하다가 두명이 두명이 하다 다시 세명이 세명이 하다 다시 네명이 이제 일을 합니다.
8. 배달서비스에 중점: 홀 영업은 제가 자리를 지키는 것 만으로도 80프로는 서비스가 담보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좋은 사람들을 직원으로 썼기 때문이지요. 주방이모는 9년차, 홀이모는 6년차이고 특히 홀이모님이 외모도 깔끔하시고 손님들에게도 친절하신 분이라 제가 감사하게 생각하며 함께 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에 제가 신경을 좀 많이 썼는데요.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직접 배달을 하고 손님들에게 직접 음식 전달하면서 반응을 살피곤 했구요. 배송사고가 생겼을 때는 먼곳이라도 차로 직접 다니며 직접 사과하고 손님들이 최대한 불편한 기억없이 음식을 드실 수 있게 했습니다. 배달에 실수가 생기면 다시 대행 한번 부르면 3천원 이상 추가 지출이니 아까워서 어떻게든 안보내고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되면 고객은 실망하게 되고 다시 우리 가게를 찾지 않게 됩니다. 저는 실수를 한번 하면 그 주문으로 인한 마진은 포기합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 고객이 만족할 만한 대처방법을 찾아서 (설령 그게 전액 환불이 될지언정) 다시 찾을 수 있는 업소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 배달매출이 눈에 띄게 늘게 되었고, 배달매출이 늘면서 크진 않지만 직접 홀로 찾아와서 드시는 분들 특히 신림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백순대볶음을 드시러 내방하는 고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매출의 변화(요건 기억에 의존합니다)
2016년 3월 2500만원(1월은 11일부터 시작, 2월은 구정이 있고 짧기에 3월 기준)
2016년 10월 2700만원
2016년 11월 배달 시작
2016년 12월 2900만원
2017년 5월 2500만원(대선시즌이었는데 참담하게 떨어져서 좌절했었어요)
2017년 6월 일요일 영업 시작(5월 매출에 충격을 받고 어쩔 수 없이 혼자라도 해볼려고)
2017년 8월 3000만원(배달매출 증가, 주말 매출 증가세 시작)
2018년 1월 4200만원(8월 이후 매달 거의 200만원 이상씩 매출 증가함, 뚜렷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2018년 11월 5000만원(1월 이후 월평균 100만원 정도씩 매출 증가/ 배달매출 약2200만원)
솔직히 2016년 1년 운영해보고,
'와.... 열심히 해도 3천은 꿈인가보다' 하고 좌절도 했었고, 대선때 매출이 더 쪼글아들었을 때는 더 없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만, (아직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릅니다. 그냥 진짜 단순하게 대선때문인건지 아닌건지...) 1년 반 뒤부터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기복이 없이 매출이 나오기는 하지만 같은 고민은 홀매출 상승폭은 제한적인데 배달매출 상승폭이 너무 크다는 거에요. 아시겠지만 수익률로 따지면 홀매출이 더 좋은 게 사실이니까요. 아무튼 2017년 겨울부터 수지매장과 같이 관리를 하다보니 몸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점장이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 따라주고 주말에는 가서 관리를 해주니 꾸준히 매출이 올라주더군요. 작년 11월까지 하고 함께 일하던 점장에게 양도했습니다. 월매출 2200일 때 인수한 금액에서 권리금 1천만원 내려서 양도했습니다. 일식집에 일하던 고향누나를 데려다가 점장을 맡겼는데 하는 동안 워낙 열심히 해주셔서... 제가 처음 요식업을 경험한 가게이기에 어려워도 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형님이 목돈이 필요하셔서 어쩔 수 없이... ㅠㅠ
오늘 간만에 저녁이 한가해서 혼자 가게 한켠에 앉아서 싸부작싸부적 글 써본 거라 내용 전달이 잘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번에 중간에 실패한 수원 가게 하나랑 수지 매장 경험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었음 하는 바랩입니다.
배민때문에 다들 힘드시고 어려우신 시즌인데 힘내시고 화이팅 하세요. ^^
이 글은 아프니까사장이다 "용인훈민정음"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