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영업자입니다.
월세 1,000만원 내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첫 3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말도 못합니다.
월세가 1,000만원인데 하루 80~90만원 벌 때는 정말 죽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매출이 안나와도 월세 하루 밀린 적 없고, 직원들 월급, 거래처 물건값부터 챙겼습니다.
3년 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가족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하루 16시간씩 가게에서 일하고, 그저 우직하고 황소처럼 묵묵히 기본을 지키며 노력하니 매출이 3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많아지고 더 힘들었지만, 힘든 줄도 모르고 저희를 알아주시는 고객님들이 많아졌다는 그 단순한 사실 하나에 기쁨을 느끼며 더 열심히 했습니다. 매출이 늘어 세금도 더 많이 늘었지만, 1원 한 장 속이지 않고 다 내면서 정직하게 장사했습니다. 이대로만 하면 그래도 상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1년 8월 혹시 재계약이 안되더라도 매장 오픈하느라 대출받고 빌린 돈들은 다 갚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6~7개월 후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홀매출이 70% 이상 떨어졌습니다. 놀이방이 목적인 어린아이 포함 가족단위 손님들이 메인타겟이었던 터라 어쩔 수 없는 결과이지요. 암담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조금씩 다져온 배달매출이 빠진 홀매출을 조금씩 채워주더라구요. 배달에 추가되는 각종 수수료와 배달비용 때문에 순이익은 줄었지만, 직원 한명 내보내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고객에게 더 안전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최상의 음식상태로 배달하기 위해서 하루에 50~60건의 배달을 직접 오토바이로 궂은 날에는 승용차로도 하면서 고객분들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꾸준한 매출을 가져다주는 배달에 참 감사하며 거의 1년을 지내왔습니다. 제가 직접 배달을 하지 않으면 홀에 있는 직원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해온 직원들을 생각하면 내가 좀 힘들고 위험해도 직접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손에 쥐는 돈이 적어도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배달로라도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와주니 돈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던 매장 한켠 공간을 지역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과금도 저희가 부담하며 장애인바리스타 취업을 위한 실습훈련장으로도 쓰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영업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좋은 일 하고 싶어 장사 시작한 저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참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한번의 충격이 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배달의 생명이 신속과 정확함이라고는 하나, 그걸 빌미로 사람의 목숨을 경시 여기면 안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시스템도 그럴만한 환경도 안갖춰진 상황에서 배달시간으로 경쟁을 시킵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가장 잘보이는 곳에 배달시간 빠른순으로 업장이 나열될 수 있도록 필터링을 추가해서 모든 업주들이 빠른 배달에 사활을 걸게 만듭니다. 업주들은 스트레스를 기사들은 조급함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업주들이 줄어든 매출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토바이 많이 타보지도 않았는데 살기위해 못이기는 척 등 떠밀린 거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좋은 재료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방법만으로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없는 것인가요? 자영업을 시작한 죄로 항상 ‘죄송합니다’를 달고 사는 업주들은 목숨마저도 구걸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야 하는가요?
날씨가 안좋아서 차로 배달을 했는데, 차로 배달을 하면 시간이 2배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배달 시간을 줄이라 합니다. 또다른 공룡앱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방법을 스스로의 큰 고민 없이 업주들의 희생으로 막아내려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차 대신 오토바이를 타야 할 거 같습니다. 30분 내에 배달을 해야 고객들이 쳐다봐 줄 정도이니 목숨을 내놓고 타야겠지요. 이 놈의 나라는 정부든 사기업이든 누구 하나가 죽어야 귀를 기울여 줍니다. 지하철 역사 안전문을 수리하다가 누구 하나가 죽어 나가고, 고공농성하던 근로자 하나가 죽어나가고, 치킨집 사장님이 음주운전 차에 돌아가시고, 학대받던 아기가 죽어나가야 국민들이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눈이 와도 “빨리 가져다 주세요”라고 요청사항을 쓰던 사람도 빠른 배달 때문에 누구 하나가 죽어나가야 ‘아... 이게 위험한 요청사항이었구나’라고 깨닫게 됩니다.
그냥은 들어주지 않으니 또 누군가 목숨을 걸어야지요. 부모님께도 형제에게도 가족에게도 나이 어린 아들딸에게도 오토바이로 배달 안하면 안되냐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듣고 살아서 이제는 좀 더 안전한 방법을 생각해볼까 결심했었는데, 다시 또 선택하기 싫은 선택을 강요하는 배달의민족이 참 밉네요.
이 글은 아프니까사장이다 "용인훈민정음"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